탈출맵을 혼자서 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하늘섬의 비밀>의 제작자인 마인애플은 잘 해냈다.(당시 마인애플이 제작을 거의 혼자 다 하고 당시 제작자의 소속 팀의 팀원들이 간간히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2014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탈출맵이었던 <하늘섬의 비밀>은 진정한 웰메이드 탈출맵이다.
연구에 앞서 결론부터 서술하자면 필자는 이 탈출맵이 ‘마인크래프트 탈출맵계의 시민 케인’ 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파급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지 지금부터 탐구해보자.
목차 : 영향력-스토리(+작품해석)-기술(연출) 및 건축-마무리 및 평가
# 영향력
당시 다양한 1세대 마인크래프트 방송인들이 이를 플레이하였고 이 탈출맵은 다른 탈출맵들이 나오는 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바위골렘의 탈출맵 이래로, <하늘섬의 비밀> 이후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서 과제를 수행하는 스토리는 완전히 정립됐다. 이러한 스토리는, <MISSING COLOR 시리즈> 라는 또 다른 명작들과 단편 탈출맵들로 이어져 계보는 계속되고 있다. 즉 많은 탈출맵이 제작되는 일종의 마중물이 되는 탈출맵이 바로 <하늘섬의 비밀>이다.
# 스토리
그때 당시에는 아주 참신한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던 탈출맵이었다. 간단한 줄거리를 서술하도록 하겠다. :
사형수 ‘잭’은 교도관에게 쫓기다 절벽에서 떨어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어떤 존재(미래의 ‘잭’이었다.)의 도움을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 후 ‘잭’은 아네스의 나무로 인도되게 되고, 흑백관과 사령의 시험을 차례로 치른 후에 하늘섬에 들어가게 된다.
잭은 그곳에서 ‘루나’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며 동행하게 된다. 그러다 어떤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이리아를 격퇴한 후 ‘루빗’이라는 사네를 만나게 된다. 하늘섬에 대한 비밀을 알려는 목적을 가진 셋은 우여곡절 끝에 왕관의 고립의 중심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하늘섬의 진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네스의 힘을 회복시키기 위한 하나의 무한루프 미궁이었다는 것이다. 일행은 탈출하기 위해 시련으로 얻은 4개의 련들을 이용해 탈출하나 루빗이 희생하게 된다. 루나와 잭은 출구에 도착하게 되나 나갈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 루나의 목적은 잭을 출구로 보내는 것이었고 루나의 희생으로 잭은 탈출하기 위해 공간의 통로로 진입한다.
공간의 통로에서 잭은 과거의 자신(처음의 그 장면)을 마주하게 되고, 잭은 천사 혹은 악마(자신을 위해 자신을 타락시키고 또한 구원함.)가 되어 잭을 하늘섬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깨어난 잭의 눈 앞에는 사형대가 있었다. 잭은 운명을 바꾸지 못하고 사형당하게 된다.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해석을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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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석 1. 복선들
우선 이 탈출맵의 문제는 책을 통해 제시되고 표지판을 통해 해결된다. 하지만 단 하나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첫번째 문제인 자격의 나무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잭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 가는 하늘섬에 가는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바꾸지 못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늘섬이 무한한 루프를 반복한다는 복선 역시 깔려 있다. 등장인물들이 의문의 데자뷰를 느끼는 것이 그 예이다.(엘리아의 숲에서 멀리 있는 상자를 보는 루나로 이에 해당한다.) 또한 가장 큰 복선인 하늘섬 마을의 집에 기록된 숫자(=루프의 횟수) 역시 그 복선이다.(사실 숫자는 복선이라기보다는 결말의 힘과 절망감을 더욱 강조시키기 위한 일종의 장치에 가깝다.)
# 작품해석 2. 하늘섬은 실제로 그곳에 있었을까?
탈출맵을 하고 나서 가장 해석이 갈리는 지점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하늘섬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잭의 그저 망상일 뿐인가. 다음은 그 주장들이다:
- 만약 하늘섬이 그곳에 있었다면 가능한 해석은 이것이다: 하늘섬의 주인인 아네스는 모종의 이유로 힘을 잃어버렸고 이 힘을 되찾기 위해 소수의 사람들을 무제한으로 루프시켜 인간의 생명력 그 자체를 먹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명력이 있기에 살아간다. 그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그것을 도로 빼앗는 건 아네스이다. 이러한 종속적인 관계가 탈출맵의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절망을 더욱 더 증배시킨다. 즉 하늘섬이라는 공간 자체가 시련을 주고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후 그를 도로 빼앗아 다시 절망을 주는 일종의 ‘절망 생산 공장’이다.
- 만약 하늘섬이 그곳에 없었다면, 잭은 사형을 목전에 둔 사형수임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내 하늘섬이라는 자신의 망상의 세계를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잭은 사형수임에도 성격이 꽤나 온순한데, 이는 자신의 뇌 속에서 펼쳐지는 자신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루빗이나 루나가 잭에게 협조하는 것도 그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루나와 잭이 급작스럽게 연인이 된 까닭도 이것이라면 설명이 된다.
이 탈출맵에서의 현실과 가상은 자명하게 구분되지 않으므로 두 해석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아마도 이는 제작자가 의도한 것이며 두가지 해석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작품해석 3.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
하늘섬의 비밀에서는, 운명이란 가변의 변수가 아닌 불변의 항수이다. 처음에 작품은 잭이 사형수, 즉 죽을 운명에 놓여 있다는 것을 먼저 제시하고 시작한다. 근데 정작 작품에서 잭의 죄명이 무엇인지는 안 알려준다. 그저 사형수라는 것만 알려 준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맥거핀은 아니다. 맥거핀이란 이야기에 동기를 제공하는 것인데, 잭의 죄는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는 아니다.) 그저 필요한 것은 잭의 운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곧 죽을것이라는 운명. 잭은 사력을 다해 운명을 피하려 하늘섬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은 아네스에 의해 처참히 묵살되고 잭은 사형된다. 이 운명이 루프로써 계속되어 되풀이된다.
이 운명을 함께 되풀이하여 살아가는 자는 누구인가 하면 그자는 바로 루나이다. 루나가 하는 역할 또한 운명으로써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것이다.
즉, 제작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운명은 피할수 없는 ‘업’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스토리 총평 :
스토리의 문법 자체가 독단적이고 시련과 해결, 그리고 미결로 이어지는 서사적 구조 자체가 탄탄하다. 즉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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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된 기술과 연출, 그리고 건축
우선 이 탈출맵은 1.7.2 버전으로 제작되어 배포되었다. 제대로 된 커맨드를 국내에서 사용한 탈출맵이 이때는 드물었고 커맨드보다는 레드스톤 및 모드를 많이 사용했다. 그 레드스톤의 활용에 정점에 있는 맵의 하늘섬의 비밀이다.
마인크래프트에 들어가서 크리에이티브 레드스톤 탭에 들어가 보면 있는 블록에 TNT가 있다. 이 맵은 TNT를 잘 사용한다. 물에서 TNT를 터뜨리면 블록을 파괴하지 않는다. 이 점을 이용해 펑펑 터지는 효과음을 내거나 범위 계산으로 맵의 일부를 터뜨려 버려 맵의 서스펜스를 고조시킨다.
방금 서스펜스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 맵은 서스펜스를 매우, 잘 활용한다. 마녀 일리아가 쫓아오는 시퀀스에서 이는 극에 달하는데, 피스톤으로 통로를 좁히거나 길을 막고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모루로 서스펜스를 계속해서 고조 또 고조시킨다. 커맨드 없이, 철저한 장인정신과 계산으로 이루어진 연출인 것이다.
회로의 사용도도 높다. 예전부터 정립된 열쇠구멍 시스템으로 레버 재사용을 금지하거나, 피스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열리는 문은 제작자의 높은 레드스톤 활용도를 증명한다.
퍼즐도 굉장히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냥 푸세요’하는 다른 맵들과는 다르게 책이나 표지판을 통해 퍼즐의 목표를 직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퍼즐의 재미를 한껏 높였다.
건축은 또 어떠한가. 이 맵의 풍경과 건축 또한 아름답지만 필자는 이 맵의 압축성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어떤 퍼즐을 클리어한 후에 다시 되돌아갈 필요 없이 앞으로 가면 다시 예전에 왔던 곳으로 간다(텔레포트 없이 회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제작자가 얼마나 고심하며 맵을 만들었을지 생각이 되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건축, 회로와 퍼즐의 삼위일체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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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장황하게 설명했으나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이 맵은 다회차로 플레이하여 반추할만한 맵이라고 생각한다. 이 맵이 어떤 맵에 영향을 주었는가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거나 퍼즐의 완결성과 심미적 경험에 주목하거나 스토리의 절망에 주목하거나 모두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맵이다.
고전적인 탈출맵, 즉 커맨드 사용 비중이 적은 탈출맵 중 가장 좋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는 주관적 판단이므로 흘려들어도 좋다. 그러나 이 맵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 평점 및 한줄평
★★★★★ – 치밀한 맵 계산과 퍼즐로 만들어진 ‘절망의 굴레’, 1인제작의 최고봉!
(마인크래프트)스토리 탈출맵 "하늘섬의 비밀"..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