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방송인이 플레이했던 <CRAZY> 시리즈 중 하나인 <세실 Cecil>을 탐구해 보도록 하자.
목차 : 영향-작가주의-스토리-해석-건축 및 기술-마무리 및 평가
# 영향
고전적인 옛날 맵들은 그저 점프맵을 사용하여 탈출하는 것이 목표이고 스토리는 뒷전인 탈출맵들이 많았다. 그런 탈출맵이 주류였다(예를 들면 각종 방송인들이 크루를 이루어 플레이했던 마검탈출맵 등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류의 탈출맵들을 벗어난, 비주류 탈출맵이 바로 메이비의 <CRAZY> 시리즈이다.
기존의 그저 형태만 있는 스토리 대신에, 5편으로 이루어진 이 탈출맵 시리즈는 탈출맵에서 스토리의 분량이 매우 큰 편이다. 또한 그 스토리 자체의 중량도 가볍지 않고 꽤나 무거운 맵이다. 그래서인지, 맵 자체의 크기는 소규모이지만 맵을 다 플레이한 후에는 대규모 탈출맵을 플레이한 것처럼 여운이 크게 남는다.
탈출맵의 구조는 단순하고 일률화되어있다. 탈출을 대목표로 삼은 후에 그 탈출에 도달하기 위해서 ‘각종 방의 탐색->문제해결->다음 방’의 구조로를 되풀이한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를 조금씩 끼얹어 빌드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탈출에서 결말을 알려 주는 식으로 이 탈출맵의 구조는 정형화 되어있다.
CRAZY 시리즈는 이 구조 자체를 제시하였고, 또한 많은 탈출맵에게 영향을 주어 이 구조를 많은 탈출맵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LUCY, ARON> 같은 것 말이다.
# 작가주의
CRAZY 시리즈가 갖는 특성은 이름 그 자체로 ‘시리즈’라는 것이다. CRAZY 시리즈는 공통된 주제를 다룬다. 그 주제를 열거해서 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하자.
1. 탐색 : 탐색으로 스토리를 찾아가야 하며, 맵의 전말을 밝혀내야 하는 과제가 플레이어에게 주어진다.
2. 사랑 : 탈출맵의 스토리 주제는 사랑을 중심으로 하여 풀어나간다.
3. 약물 : 게임 내에서 찾을 수 있는 ‘약물의 종류’라는 책이 있는데, 이로 인해 붕괴가 시작된다.
4. 붕괴 : CRAZY 시리즈의 주인공들+주변인들은 약물과 사랑으로 인해 완전히 파멸로 치닫는다.
이런 키워드가 5편의 탈출맵에서 모두 사용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탈출맵 시리즈가 작가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작가주의란, ‘한 영화에 영화 감독의 철학과 개성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가?’라는 판단에서 출발된 개념이다. 좀 간단히 말하면, 작품에 작가의 개성이 들어가 있는 작품을 작가주의적 면모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영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주의는 원래 영화 비평에서 쓰던 개념이다. 그러나 나는 조심스럽게 이 개념을 탈출맵 비평으로 옮겨 보고자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메이비는 자신의 스토리를 일률적인 주제를 통해서 사랑에 의한 파멸을 감각적으로 그려 온 탈출맵 제작자라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사랑에 대한 상념을 탈출맵으로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그려 옴으로써 탈출맵 제작에 있어 새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 스토리
스토리는 세실이라는 여성의 일기로 진행된다. 세실은 사업가인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어떤 저택에서 하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세실의 일기에는 아버지의 묘사비중이 꽤 크다.) 세실은 어머니가 돌아오고나서부터 학대를 당하게 된다. 심지어 독약 비슷한 걸 먹기까지도 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죽인다고 생각했던 세실은 어머니가 먹을 와인에 쥐약을 섞게 되고, 그때 아버지도 같이 그 쥐약을 먹게 되어 아버지, 어머니 둘 다 죽고 세실 혼자만 남게 된다.
전형적인 잔혹동화의 스토리인 것 같지만, CRAZY 시리즈의 공통점인 ‘엔딩 후 숨겨진 이야기 탐구’가 있다면, 감춰져 있엇던 스토리가 드러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와 세실이 근친상간의 관계를 맺었었던 것이다. 이 관계를 정원사가 알게 되고 이를 어머니께 일러바친다. 하지만, 어머니는 세실을 고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한다. 약물은 효능이 있었으나 출혈과 통증을 동반했고, 세실은 이를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게 되고 와인에 쥐약을 타게 되는 것이다.
# 작품해석 1. 근친상간의 이유
일기에서 보여지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딸로써의 아버지에게 향하는 사랑이 아니라 연인, 즉 성적 대상으로 아버지를 보고 있다는 복선은 여러가지 나온다.(영화 이야기나 과도한 사랑 묘사 등….) 또한 아버지도 정상적인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실은 성인이다.(생일 때마다 받은 장미꽃의 총합이 20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이다. 그것 자체는 사회적인 규범을 벗어나는 사랑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사랑하게 된 건가? 그 이유는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근친상간 관계는 곧 파멸로 갈 것이라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실에게 엘렉트라 신드롬의 증상을 부여한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엘렉트라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한)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눈을 찌른 것처럼 말이다.
전술했듯이 이 시리즈의 공통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붕괴’, 즉 파멸이다. 작가는 일부러 둘의 관계를 부적절히 설정함으로써 파멸을 효과적으로 유도했다.
# 작품해석 2. 약물
두개의 약이 나온다. 하나는 Asclepiustarotin(이하 ‘치료제’), 즉 딸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치료제이고 하나는 쥐약이다. 둘의 공통점은 그 의도 자체는 선하다는 것이다(인간의 입장에서 봐서는). 쥐약은 쥐를 잡아 질병예방과 청결유지를 꾀하고 치료제는 그 자체로 개선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도 자체가 선한 약물들은, 하나는 심한 부작용을 초래했고 하나는 사용처를 쥐 대신 인간으로 바꾸었다.
두 약은 고스란히 가족을 파멸로 이끈다. 이 역시 이 시리즈의 ‘붕괴’를 촉진하는 하나의 서사적 도구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작가는 인물들을 파멸이라는 결과에 도달시키고 스토리의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일기라는 소재를 통해 점점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엔딩으로 소강시킨다. 그러다 마치 주식 곡선 그래프처럼, 숨겨진 반전을 통해 분위기 자체를 우상향 시켜버린다. 즉 서사적으로 반전을 위한 준비가 탄탄하며 복선도 도처에 깔려 있으므로 스토리적 완성도는 높다.
# 건축과 기술
레드스톤은 꽤 촘촘하게 잘 짜여 있다. 어떤 방을 클리어 한 후 다른 방이 열리고 이를 통해 스토리가 차츰차츰 전개되도록 회로가 잘 보조한다. 건축은 어떤지 보자. 발판을 설치하는 곳을 바닥 재질과 다르게 하여 가시성을 높이는 노력이 보인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맵 파괴를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양탄자 밑에 숨겨진 상자가 꽤 많기 때문이다. 이는 처음부터 수수께끼를 통해 명시되어 작품의 끝에 나오는 부모님의 시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발랄한 수수께끼로 시작된 양탄자 부수기는 끝끝내 파멸의 결과를 보여준다.
더 주목해야 될 점은 아이템의 배치이다. 이는 와인저장고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로제 와인과 쥐약은 둘 다 초록색으로 구별이 불가하다. 그리고 이것들은 바로 책 옆에 위치한다. 즉 죽인 도구 자체가 일기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데, 이를 상자 속 아이템의 배치로 표현한 것이다.
# 마무리
한마디로 하자면 이 맵은 강력한 파급력을 지내고 있고, 충분히 잘 만든 탈출맵이란 것이다. 스토리 자체의 자극적임을 특유의 상자 아이템 배치로 사랑의 파멸, 금단의 사랑 그 자체를 투박하지만 감각적으로 탁월히 풀어낸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중점의 맵 중 가장 좋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평점 및 한줄평
★★★★ – 파멸과 붕괴의 시초. 제대로 된 스토리.
세실 [Cecil] 스토리 진행형 자작 탈출맵.. : 네이버블로그 (naver.com)